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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영화의 제작 배경 및 매력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특정기억을 삭제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워갈수록 더욱더 깊어지는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200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더해지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미셸 공드리는 7년 전 런던에서 예술가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던 중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절대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이메일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재밌는 상상을 하며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즈음 찰리 카우프만의 <존 말코비치 되기> 시나리오를 우연히 읽고, 언젠가 그와 함께 영화를 만들 것을 꿈꾼다. 결국 미셸 공드리는 찰리 카우프만을 만나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공 들여 <이터널 선샤인>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영화화한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매력은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감성의 멜로 영화를 창조해 냈다는 점이다. 첫 만남의 설렘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사랑의 딜레마다. 이런 풀리지 않는 사랑의 숙제를 풀어줄 것 같은 특별한 기억 삭제는 영화적 상상력에서 만든 설정을 뛰어넘는다. 사랑의 기억은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어느덧 소중한 순간들이 되살아난다. 그렇게 영화는 기억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왜 서로에게 끌리는지, 왜 사랑에 빠지는지, 왜 시간이 지나면 소원해지는지를 알려준다. 이 때문에 영화에는 사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눈물, 웃음 그리고 행복 등 사랑에 관한 모든 순간과 과정을 되새기게 만드는 깊은 감동이 녹아있다. 또한 머릿속 기억이 지워져도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이야기한다.
줄거리
조심성 많은 섬세하고 평범한 남자인 조엘은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만난 자유분방하고 활발한 성격을 가진 클레멘타인에게 매력을 느낀다. 어느 하나 같은 점이 없는 둘은 서로의 다름에 끌려 빠른 시간 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진 두 사람은 어느새 이별의 순간을 맞이한다. 조엘은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쉬워 사과를 하기 위해 선물을 사서 그녀가 근무하는 서점으로 향한다. 그러나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고 선물을 들고 있는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조엘은 그새 남자친구까지 생긴 그녀를 보며 몹시 혼란스러워한다. 클레멘타인의 이상한 행동에 의아해진 조엘은 그녀가 치료받는 라쿠나라는 회사를 찾아간다. 찾아간 그곳에서 조엘은 라쿠나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주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녀가 조엘과 헤어진 직후 모든 추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엘은 자신과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홧김에 자신 또한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라쿠나로 향한다. 하지만 조엘은 기억을 지워가는 과정 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행복한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작업은 멈출 수가 없었고 조엘은 기억의 지도에서 필사적으로 행복했던 기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마지막 기억 만이 남은 그 순간 두 사람은 '몬탁에서 만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조엘은 클레멘타인에 관한 기억을 완벽히 지운채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엘은 회사에 출근하던 중 알 수 없는 끌림에 몬탁행 열차를 타고 그곳에서 클레멘타인을 다시 만난다. 이유 없는 감정기복과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던 클레멘타인은 우연히 기억을 잃은 조엘을 만나 순식간에 다시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존재를 잊었던 조엘도 또다시 당돌하고 자유분방한 그녀의 매력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다시 사랑을 시작한 둘은 어느 날 라쿠나에서 온 지워진 기억에 대한 자료를 받으며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진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도망치지만 어느새 다시 마주 선 둘은 보내준 자료 속 자신들의 음성 이야기를 하며 대화한다. 그리고 서로를 비난하며 기억을 지웠던 두 사람의 대화를 되뇌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서로에게 묻고 "그래도 괜찮아요. 좋아요." 라 대답한다.
영화의 뒷 이야기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현실감을 더한 촬영방식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로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기억삭제라는 소재를 가장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터널 선샤인>에서 인공적인 세트를 통해 환경을 통제하기보다는 몬타우크 해변, 브루클린의 바 그리고 125번가 지하철 역 등 실제 뉴욕의 명소에서 촬영하며 생동감을 부여했다. 또한 감독은 테이블의 크기를 뒤로 갈수록 커다랗게 제작하고, 가구들 역시 마찬가지로 만들어 앞쪽에 서있는 케이트 윈슬렛보다 짐 캐리가 상대적으로 어린아이처럼 작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썼다. 이처럼 미셸 공드리 감독은 카메라 트릭을 최대한 자제하고 초창기 영화촬영법을 응용했다. 그리고 리허설 없이 진행하는 그의 독특한 촬영스타일은 짜 맞춘 듯 준비된 연기보다는 배우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그대로 흡수해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냈다. 특히 하워드 박사 역의 베테랑 연기자 톰 윌킨슨은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촬영방식이 나중에는 해방감을 안겨주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독특한 연출법은 현장상황에 따라 시각적, 정서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일례로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나눈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은 촬영지 인근에서 펼쳐진 한 서커스단의 코끼리 퍼레이드에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달려가게 만들어 촬영한 장면이었다. 이렇듯 영화는 장르의 구속을 거부한 스토리, 평범함을 거부한 창조적인 촬영방식 그리고 매 테이크마다 자유롭게 연기역량을 펼친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만들어낸 걸작이 되었다.